Features

서울을 뜨겁게 달군 테크노의 열기! 가장 핫했던 웨어하우스 페스티벌에 다녀오다

서울을 뜨겁게 달군 테크노의 열기! 가장 핫했던 웨어하우스 페스티벌에 다녀오다

파우스트가 주최하는 테크노/하우스 페스티벌 옴니(Ømni-)

Words: Kevin Kang / Photos by Stillm45

서울의 언더그라운드 파티 신은 항상 진화하고 있다. 불과 몇 년 사이에 이태원을 중심으로 새로운 클럽들이 생겨났고, 이를 중심으로 다양한 움직임이 일어났다. 이태원 테크노 클럽의 최전선을 달리고 있는 클럽 파우스트 서울(Faust Seoul)이 주최하는 옴니(Ømni-)페스티벌은 창고형 하우스 & 테크노 파티이고 성수에 위치한 에스팩토리(S-Factory)에서 첫 회를 진행했다. 옴니는 ‘모든’이라는 뜻으로, 옴니 페스티벌은 이름에 걸맞게 디트로이트부터 스코틀랜드와 베를린까지 세계 각지의 테크노/하우스 아티스트를 만나볼 수 있는 자리였다. 더욱이 세계적인 테크노 페스티벌 프로덕션팀인 타임 워프(Time Warp) 연출팀이 참여해 개최 전부터 엄청난 화제를 모았다.

국내 언더그라운드씬의 핵심적인 클럽이자, 국내에서 만나기 힘든 아티스트들이 매주 내한하는 곳으로 유명한 파우스트답게, 이번 페스티벌 역시 라인업이 화려했다. 마셀 펜글러(Marcel Fengler), 슬램(Slam), 디제이 본(DJ Bone) 세 팀의 세계적인 테크노 거물들이 한자리에 모였고, 멜란(Mellan), 폴라프런트(Polarfront) 등 로컬 DJ와 파우스트 레지던트가 무대에 올랐다.

마세고(Masego)와 포모(Pomo)도 옴니 페스티벌과 동일한 날짜에 내한했지만, 이른 시간부터 상당한 수의 사람들이 옴니 페스티벌의 공연장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테크노가 한국에서 차지하고 있는 입지를 확인할 수 있는 순간이었다. 길게 늘어선 티켓 라인을 지나 입장한 옴니 페스티벌은 분위기부터 압권이었다. 어두운 창고에서 울려 퍼지는 빠른 포-투-더-플로어 리듬의 곡과 함께 화려한 조명이 어우러져 탄성을 자아냈다.

각지에서 테크노를 즐기기 위해 모인 관객들을 구경하는 것도 특별한 경험이었다. 가죽 하네스나 올-블랙 복장 같은 드레스 코드를 고수하기보다, 블레이져부터 스포츠웨어까지 각자 개성대로 입고 온 사람들이 상당히 많이 보였다. 음악에 맞춰 “쿨”해 보이려고 하기보다 즐기려고 온 모습들이 대다수였다.

이날 옴니 페스티벌은 H:Room과 T:Room 두 개의 무대에서 다양한 DJ들이 각자의 기량을 뽐냈다.  타임 워프(Time Warp) 페스티벌 연출팀 Team ATO가 참여하여 공간에 어울리는 화려한 무대와 조명으로 시각적인 즐거움을 선사했다.

1층에 위치한 H:Room은 창고라는 인더스트리얼한 공간에 대비되는 식물들로 스테이지가 꾸며져 있었고, 따뜻함과 차가움의 묘한 대비가 인상적이었다. H:Room에서는 테크노 이외에도 하우스와 일렉트로를 비롯한 펑키하고 따뜻한 색채의 음악들을 만나볼 수 있었다. 서울 기반의 디스코 크루, 이스트 디스코 웨이브(East Disco Wav)의 멤버로 활동하고 있는 DJ 멜란의 오프닝에 이어 DJ 수만(Suman)과 김보연(Kim Bo Yeon)이 셋을 이어받았고, 디트로이트 출신의 디제이 본이 ‘턴테이블의 마법사’라는 그의 별명답게 화려한 기술로 많은 사람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에스팩토리 A동의 2층에 위치한 T:Room에 가장 많은 사람들이 모였다. 파우스트의 레지던트 DJ 폴라프런트가 역동적인 오프닝 셋으로 플로어를 달구었고, 이후 베를린 출신의 DJ 마셀 펜글러가 이어받으면서 사람들을 열광시켰다. 10년이 넘도록 베억카인(Berghain)의 레지던트 자리를 지켜온 DJ답게 끝장나는 믹스를 보여주었다. 중독성 있게 귀를 자극하는 거친 사운드부터 묵직하게 귀를 때리는 리버브가 가미된 킥까지 인더스트리얼한 사운드가 가득한 셋을 선사했다.

마셀 펜글러의 무대도 굉장했지만, 옴니의 하이라이트는 영국의 2인조 DJ 팀 슬램이 등장했을 때였다. 특유의 6덱 b2b(back-to-back) 퍼포먼스로 무대를 장악했고, 그들만의 에너지가 가득한 셋으로 밤 늦게까지 스테이지의 마지막을 장식했다.

파우스트의 놀라운 음향에 익숙해서인지, 에스팩토리의 음향은 실망스러웠다. 예를 들어, T:Room의 경우 전체적인 음압이 낮았고 저음역대의 에너지와 고음역의 선명함 어느 것도 느껴지지 않아 몰입을 저해하는 요소였다. 하지만 이번 페스티벌은 국내 관객들에게는 아직 낯선, 웨어하우스 레이브라는 형식으로 세계적인 DJ들의 공연을 접할 수 있는 경험이라는 것에 의의가 있었다. 단발성 행사가 아닌 연간 4회까지도 진행할 계획이 있다고 하니 앞으로의 옴니 페스티벌도 매우 기대가 된다.

March 4th, 2019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