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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봐야만 할 댄스 음악 문화에 대한 영화들

꼭 봐야만 할 댄스 음악 문화에 대한 영화들

매주 금요일 밤을 불태우는 클러버와 레이버들을 위한 글

Words: KEVIN KANG

금요일 밤, 전세계는 흥겨운 축제의 분위기에 들썩인다. 친구들과 술잔을 기울이는 사람들부터 취미를 즐기는 사람들까지, 전세계의 많은 이들이 각자만의 방식으로 한주간 누적된 스트레스와 피로를 해소한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춤과 음악만큼 짜릿한 스트레스 해소제는 찾기 드물다. 화려한 조명과 함께 울려퍼지는 음악을 온 몸으로 느끼다보면 일주일간의 고생이 눈 녹듯이 사라진다. 매주 금요일 밤을 불태우는 클러버와 레이버들을 위해, 디제이 맥 아시아는 댄스 음악 문화에 대한 영화들을 소개한다.

그루브(The Groove)

3.0/5

샌프란시스코의 레이브 신이 눈앞에 펼쳐지다

앞서 영국의 레이브 신에 대한 영화를 소개했으니, 이제 미국을 얘기하지 않으면 섭하다. 그루브는 미국 샌프란시스코를 배경으로, 웨어하우스에서 비밀리에 열리는 레이브와 레이버들에 관한 영화다. 어느 금요일, 이메일을 통해 샌프란시스코의 버려진 창고에서 은밀하게 진행되는 불법 파티에 대한 소문이 퍼진다. 작가의 꿈을 안고 도시로 이주한 데이빗 터너(David Turner)는 어느새 삶에 찌들어 이상과는 동떨어진 삶을 살고 있다. 어느날 그의 형제 콜린이 그를 그루브라는 이름의 파티에 초대하게 되고, 파티에서 멋진 음악과 엑스터시를 접한 데이빗은 샌프란시스코의 언더그라운드  레이브 신에 흠뻑 빠지게 된다.

내용적인 부분에서 이 영화는 그다지 흥미롭게 다가오진 않는다. ‘20대의 젊은 레이버들이 버려진 창고에서 비밀리에 모여 약과 음악을 즐긴다‘가 줄거리의 대부분일 뿐더러 약 또는 과도한 쾌락만을 추구하는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경고나 별다른 메세지도 없다. 더군다나 영화의 주인공격인 콜린과 데이빗의 설정 또한 이목을 끌지 못해 아쉬웠다. 여기에 배우들의 어색한 연기는 덤이다.

하지만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아직 이 영화를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레이브에 대한 영화인 만큼 그루브의 사운드트랙은 자리에 가만히 앉아있지 못할 정도로 신난다. 심지어 영화의 후반부에 영국의 거물 아티스트 존 디그위드(John Digweed)가 디제이로 등장하기도 한다. 존 디그위드가 참여한 프로젝트 베드록(Bedrock)의 명곡 ‘Heaven Scent’와 더불어 오비털(Orbital)의 ‘Halcyon’, 스웨덴의 테크노 DJ/ 프로듀서 크리스찬 스미스(Christian Smith)의 ‘Perpetual’등 주옥같은 곡들이 영화 내내 귀를 즐겁게 한다.

줄거리의 깊이를 생각해봤을때 그루브는 그렇게 뜻깊은 영화는 아니다. 다만 음악을 좋아하거나, 레이브 문화에 관심이 있거나, 혹은 과거에 레이브와 얽힌 추억을 떠올리고 싶은 사람들에게 이 영화를 권해주고 싶다.

 

휴먼 트래픽(Human Traffic)

3.8/5

90년대 영국의 레이브 문화를 느껴보자

누구에게나 젊은 시절은 있다. 당신이 현재 나인 투 파이브의 굴레에 묶여 있는 직장인, 또는 한 가정의 가장이라고 해도 마음 한구석에는 멋진 사람들과 함께 음악과 술을 즐기며 밤을 불태웠던 젊은 시절의 추억을 간직하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저스틴 케리건(Justin Kerrigan) 감독의 휴먼 트래픽은 특히 90년대에 청춘을 보낸 X세대의 향수를 자극하는 영화라고 할 수 있다. 당시 25살이었던 저스틴 케리건은 주말을 위해 살아가는 다섯 젊은이들의 삶을 통해 90년대 영국 카디프의 클럽 문화를 조명한다.

지겨운 일에 지쳐 있는 5명의 주인공 룰루(Lulu), 집(Jip), 니나(Nina), 쿱(Koop), 모프(Moff)는 금요일 오후, 일을 마치고 BBC 라디오 원(BBC Radio One)을 통해 DJ 피드 통(Pete Tong)의 선곡을 감상하며 클럽으로 향한다. 우여곡절 끝에 클럽에 입장한 이들은 음악, 술, 약과 함께 엄청난 밤을 보낸다. 플롯만 보면 상당히 빈약한 작품임은 분명하지만, 클러버의 시점으로 주인공들과 함께 젊음을 불태울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영미권의 80, 90년대의 레이브와 클럽 문화를 조명한 영화 답게, 휴먼 트래픽은 밤새도록 다양한 약을 즐기고, 음악과 함께 고조되는 젊은이들의 모습을 상세하게 그린다. 하지만 약에 대한 예찬보다는 그 당시 클럽 문화를 현실적으로 묘사하고, 독특한 주인공들 사이의 에피소드를 재미있게 풀어내는 것에 초점을 맞추었다. 특히나 환각을 보는 주인공의 시선으로 현실과 머리속의 상상을 오가는 장면들이 인상적이다. 또한 ‘스타워즈는 약쟁이들에 대한 영화다’라는 주제로 진지하게 토론하는 모습이나 영국 애국가를 ‘테크노 세대 애국가’로 각색하여 부르는 등 작품 곳곳에 웃음이 터지는 요소들이 풍부하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이 영화의 핵심은 음악이라고 할 수 있다. 칼 콕스(Carl Cox)나 피트 통처럼 영화 곳곳에 카메오로 언급되거나 잠시 출연하는 DJ들을 찾는 것도 묘미다. 피트 통이 담당한 영화의 사운드트랙 또한 훌륭하다. 팻보이 슬림(FatBoy Slim), 언더월드(Underworld), CJ 볼랜드(CJ Bolland) 등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거물들의 곡이 믹스되어 영화 내내 음악 팬들의 귀를 즐겁게 한다.

전반적인 스토리가 빈약하고, 약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를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은 점은 아쉽다. 하지만 영화는 집을 통해 약의 부정적인 영향과 그것을 중단하려고 노력하는 한 젊은이의 모습을 그린다. 어린 날의 우리는 실수도 하고 바보 같은 행동을 하지만, 결국에는 그것을 극복하고 한 단계 더 나은 인간으로 성장한다는 메시지가 담겨있다고 생각한다. 휴먼 트래픽을 통해 젊고 바보 같은 행동도 많이 했지만, 그래서 더 기억에 남는 과거의 추억을 떠올려보는 것은 어떨까?

X됐다, 피트 통(It’s All Gone Pete Tong)

3.5/5

비운의 디제이는 장애를 극복할 수 있을까?

세계적인 클러버들의 성지로 유명한 스페인의 이비자는 스페이스(Space)와 앰니지아(Amnesia) 등 수많은 대형 클럽과 압도적인 스케일의 파티로 매년 세계 각지의 사람들을 유혹한다. 아민 반 뷔렌(Armin Van Buuren), 칼 콕스(Carl Cox)등 누구나 이름을 들어봤을법한 슈퍼스타 디제이들이 레지던트로 음악을 틀기 위해 지중해의 작은 섬에 방문한다.

‘X됐다 피트통‘은 바로 이 이비자의 왕, 디제이 프랭키 와일드(Frankie Wilde)에 대한 영화다. ‘유럽과 이비자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지만 어느 순간 종적을 감추어버린 의문의 디제이’라는 설정인데, 가상의 인물이지만 모큐멘터리 형식의 포장지와 영화 중간중간에 존재하는 가짜 티비쇼와 인터뷰들이 캐릭터에 숨을 불어넣는다. 프랭키 와일드를 연기한 배우 폴(Paul Kaye)의 연기나 마이클 다우스(Michael Dowse) 감독의 치밀한 연출 또한 보는 이로 하여금 주인공의 이야기에 몰입하게 유도한다.

‘It’s All Gone Pete Tong’은 ‘It’s All Gone Wrong’에 디제이 피트 통의 이름을 붙인 유머러스한 런던 방언식 제목이다.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영화는 유명세를 달리던 주인공 프랭키 와일드의 성장과 우여곡절을 다룬다. 영화를 통해 무려 칼 콕스가 그를 질투한다고 밝힐 정도로 프랭키 와일드는 성공적인 커리어를 쌓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인생사 새옹지마라는 말처럼 그는 어느날 갑작스럽게 청력을 상실하게 되고, 음악을 들을 수 없게된 그는 바닥으로 추락한다. 설상가상으로 아내와 아들이 떠나고, 프랭키도 절망에 빠져 약과 술에 의존하기 시작한다. 과연 그는 청각장애라는 치명적인 장애물을 극복하고 다시 일어설 수 있을 것인가?

모큐멘터리 형식의 기발한 각본과, 훌륭한 연기, 유머 가득한 장면들의 삼박자가 ‘X됐다, 피트 통‘을 완성도 있는 작품으로 끌어올린다. 덕분에 각종 영화제에서 상을 휩쓸었을 뿐더러 앞서 소개한 휴먼 트래픽에도 잠깐 등장한 비비씨 라디오 원의 피트 통이 영화의 사운드트랙을 담당해 더욱 흥을 돋군다. 이비자의 로망이 있는 클러버라면 꼭 봐야만 하는 영화!

베를린 콜링(Berlin Calling)

3/5

Paul Kalkbrenner의 팬들을 위한 영화

한스 스토어(Hannes Stoehr) 감독의 영화 베를린 콜링은 독일의 유명 디제이 폴 컬크브레너(Paul Kalkbrenner)의 팬이거나 테크노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빠져들 수 밖에 없는 요소들을 두루 갖추고 있다. X됐다 피트 통에서 배우가 허구의 디제이를 연기했다면, 여기서는 실제 디제이 폴 컬크브레너가 작중 인물 디제이 이카루스(DJ Ickarus)를 연기한다. 그는 약에 절어 살며 인간 관계가 파탄나고 절망하지만, 천재적인 작품을 만들어내는 아티스트의 모습을 신들린 연기로 살려냈다.

이카루스는 많은 팬들을 보유하고 있는 디제이다. 삼십대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성숙하지 못한 그를 같이 살고 있는 여자친구 마틸드(Mathilde)가 거의 돌보다시피 한다. 다음 앨범을 준비하는 동안 이카루스는 자신의 마약 딜러가 소개해준 약에 깊게 빠지게 되고, 결국에는 약의 여파로 정신병원에 입원한다. 하지만 병원 의사의 무신경한 치료와 더불어 여자친구가 그를 떠나자 이카루스는 폭발하고, 정신병원에서도 쫓겨난다. 설상가상으로 음반 계약마저 취소되고, 그는 파산할 위기에까지 처한다.

줄거리나 연출에 있어 참신함과 다소 거리가 있는 작품이지만, 본인의 음악을 틀며 디제이를 연기하는 컬크브레너의 모습이 너무나도 매력적이다. 영화 속 이카루스의 라이브 퍼포먼스와 컬크브레너 본인이 담당한 영화의 사운드트랙도 재미를 더한다.

November 1st,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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