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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있는 아티스트들의 파티, Vacuum Factor에 다녀오다

개성있는 아티스트들의 파티, Vacuum Factor에 다녀오다

잊혀질 뻔한 이야기들의 아카이브

Words: Kevin Kang

오랜만에 찾은 신도시(Seendosi)는 여전하게 을지로의 밤을 빛내고 있었다. 떠들썩한 노가리 골목을 지나 도착한 신도시는 낡은 간판과 함께 한적한 골목 끝자락을 지키고 있었다. 이날은 서울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레이블 배큠 프레스(Vacuum Press)의 두 번째 파티를 맞아 신도시에 방문했다. 배큠 프레스는 올해 9월을 시작으로 신도시의별관에서 배큠 팩터(Vacuum Factor)라는 이름으로 정기적인 파티를 기획하고 있으며, 앰비언트와 더불어 다양한 전자음악을 큐레이팅한다. 배큠 프레스 레이블은 ‘No Boundary, No Genre’를 모토로, 장르적 경계선을 초월해 평소 쉽게 들을 수 없는 사운드를 아카이빙한다. 또한 오직 테이프로 앨범을 출시하는 점이 인상적이다.

신도시 건물의4층에 위치한 별관은 차분한 네온 조명과 함께 배큠팩터(Vacuum Factor)의 파티가 한창이었다. 기존에 운영진의 작업공간으로 운영되던 별관은, 올해 중순부터 파티를 위한 전용공간으로 탈바꿈했다. 묵직한 철문을 열고 입장한 공연장은 한창 라이브셋을 진행중인 글램 굴드(Glam Gould)의 에너지로 가득했다. 작년에 공개한 앨범 ‘야간비행(Night Flight)’의 몽롱한 신스가 op-1을 통해 울려퍼졌고, 갖가지 네온 조명을 배경으로 글램 굴드의 음악세계를 체험할 수 있었다. 몇 년 만에 감상하는 글램 굴드의 라이브셋은 아티스트로 더욱 성숙해진 모습을 엿볼 수 있는 자리였다. 셋 타임이 거의 끝나갈 무렵, 이번 달 초에 공개한 더블 싱글 ‘Pierce’의 수록곡 ‘0’가 흘러나왔고, 신도시의 차가운 조명에 절묘하게 녹아들었다. 감정이 가득한 곡들을 절제된 표정으로 풀어내며 마지막까지 그만의 색으로 공간을 물들였다.

어느덧 글램굴드의 마지막 곡이 끝나고, 짧은 인터미션 후에 앰비언트 아티스트 영 다이(Young Die)가 라이브 셋을 시작했다. 전 타임의 여운이 가시기도 전이었지만, 영 다이는 특유의 건반 연주와 라이브 퍼포먼스로 무대를 휘어잡았다. 갖가지 독특한 노이즈와 패드 위에서 존재감을 빛내는 코드의 조합이 신선했고, 찹된 샘플들과 함께 묘한 질감을 가진 드럼 소스들이 귀를 자극했다. 영화 ‘엔터 더 보이드(Enter the Void)’처럼 몽롱하면서 꿈꾸는 듯한, 신비로운 분위기에 한껏 취해 어딘가로 흘러가는 음악에 몸을 맡겼다.

순식간에 지나간 영 다이의 퍼포먼스 이후에는 신보 ‘San No Hikari’를 발매한 미츠코(Mitsukou)가 무대에 올랐다. 전 타임의 신비로운 분위기를 이어받은 그는 촉촉한 리버브를 머금은 퍼커션으로 시작해 몽롱한 아르페지오와 패드를 선보였다. 이후 묵직한 서브베이스와 808드럼과 함께 80-90년대 홍콩 영화를 연상시키는 사운드로 공간을 채웠다. 왕가위의 중경삼림(Chungking Express)에서 네온 사인이 가득한 골목을 헤메는 임청하(Brigitte Lin)처럼 묘한 향수가 느껴지는 셋이었다.

신도시에서 만난 배큠 프레스의 수장 홀섬(Wholesome)은 파티에 대해 아래와 같이 밝혔다.

“제각각인 사람들을 모아 통일되는 느낌을 지향한다. 기존에 발매했던 음반들이 앰비언트 위주의 음악들이어서 앰비언트 팬층도 두텁지만, 앰비언트 이외에도 올카인드 전자음악을 선보인다. 주변에 아티스트들이 만들고 묵혀두는 음악들이 아쉬워 이를 의미 있게 기록하는 방법이 없을까 하다가 레이블을 런칭하게 되었다.”

신도시의 특징이었던 기묘한 오브제들의 부재는 아쉬웠지만, 차가운 파란 조명이 주가 되는 가운데 갖가지 네온 조명이 곳곳에서 별관의 댄스 플로어를 밝혔다. 사람들이 결코 많지 않았고, 춤을 추는 사람들도 거의 볼 수 없었다. 하지만 비어있는 댄스 플로어가 전혀 어색하게 다가오지 않았다. 아티스트의 음악을 감상하고, 차분하게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이 주를 이루었고, 춤을 추어야만 하는 부담감 없이 순수하게 아티스트의 세계에 몸을 맡길 수 있는 기회가 소중하게 느껴졌다. 앞으로도 멋진 음악과 파티를 선보일 배큠 프레스의 행보가 기대된다. 더 많은 정보는 아래 배큠 프레스의 소셜 채널을 참고하자.

Vacuum Press:

Facebook / Soundcloud / Bandcamp/ Instagram

November 30th,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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