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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FI 부터 TECHNO까지: MALL GRAB 내한공연에 방문하다

LO-FI 부터 TECHNO까지: MALL GRAB 내한공연에 방문하다

하우스/테크노 신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오고 있는 그를 만나보자

Words: Kevin Kang

4년 전, 23살의 젊은 나이로 혜성같이 신에 등장한 몰 그랩(Mall Grab)은 이름만큼이나 재밌고 신선한 사운드로 하우스 신에 새로운 에너지를 주입했다. 몰 그랩은 스케이트보드의 트럭 부분을 잡는 휴대법을 뜻하며, 보드를 타기에 실용적이지 않기 때문에 스케이터들 사이에서 꺼려지고, 일반적으로 사용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그의 음악 역시 심상치 않다. 마치 오래된 창고에서 찾은 LP를 튼 것 같은 질감표현부터 다양한 힙합과 그라임 샘플링까지, 일반적인 하우스 음악에서 들을 수 없는 사운드들이 곳곳에서 신선함을 더한다.

몰 그랩은 플룸(Flume)과 쳇 페이커(Chet Faker) 등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여러 걸출한 아티스트와 같은 호주 출신이지만, 전자음악의 성지라고 하기엔 많이 아쉬운 감이 있는 뉴캐슬에서 음악을 시작했다. 하지만 유투브, 사운드클라우드 등의 다양한 인터넷 플랫폼 덕분에 그의 음악은 순식간에 입소문을 타게 되었다. 유투브의 인지도 있는 하우스 음악 채널 슬라브(Slav)와 허파이드(hurfyd)에 음악이 소개되고, 쉘 낫 페이드(Shall Not Fade), 핫 하우스 렉츠(Hot Haus Recs)등의 레이블을 통해 짧은 시간 동안 다양한 EP와 싱글을 공개했다.

그의 음악을 두 단어로 표현하자면 다양함과 신선함이라고 할 수 있겠다. 몰 그랩은 활동 초기부터 하우스를 기반으로 수많은 스타일의 음악을 선보여왔다. 본인의 작업물 외에도 보일러 룸(Boiler Room)을 포함해 세계 곳곳의 파티에서 능수능란하게 로파이, 디스코, 올드스쿨, 테크노 등을 믹스해왔다. 특히 최근에 들어서는 기존에 만들어왔던 하우스 장르를 벗어나, 작년 9월에 설립한 본인의 레이블 LFT을 통해 다양한 테크노 작업물을 선보이고 있다. 동향 친구 나이트 플라이트(Nite Fleit)과 협업한 4트랙 EP ‘Moogie’부터 ‘Growing Pains’와 ‘Strangers’까지 꾸준하게 묵지한 테크노 작업물을 선보이고 있기에, 이번 파우스트 내한 소식이 달갑게 다가왔다.
12월 말에 찾은 이태원은 이른 시간부터 북적이고 있었다. 과잠바를 입고 서성이는 대학생들부터 직장 동료들과 송년회를 갖는 모임까지, 한껏 들뜬 분위기에 힘입어 서둘러 발걸음을 옮겼다. 지난달 말에 있었던 제프 밀스(Jeff Mills) 내한 공연의 끔찍하게 긴 줄 덕분에 약간 걱정이 앞섰지만, 다행히도 파우스트 앞은 한산한 편이었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계단을 올라 한시경에 입장한 베뉴는 벌써부터 후끈한 열기로 가득했다. 같은 날에 성수에서 진행되고 있는 보일러룸과 지난 날의 헤렌사우나(Herrensauna) 내한을 고려해도 상당한 수의 사람들이 댄스 플로어를 메우고 있었다. 마침 파우스트의 레지던스 디제이 다미(Damie)가 따뜻함과 차가움이 공존하는 그녀만의 에너지를 메인 플로어에 쏟아내고 있었다. 오늘의 주인공 몰 그랩에 앞서 지나치게 강렬하지 않으면서도 댄서블한 트랙들을 통해 페이스를 조절하는 모습이 진정 프로다웠다.

다미의 훌륭한 웜업셋을 뒤로하고 바가 위치한 탄즈 바(TANZ BAR)로 이동했다. 오로지 음악에 집중할 수 있도록 설계된 파우스트와는 달리, 탄즈 바는 밝은 조명에 음악의 볼륨도 낮아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숨을 돌리기 좋은 공간이었다. 로컬 디제이 두잇(DOOIT)이 그루비한 하우스 트랙으로 흐름을 이어갔고, 오늘의 헤드라이너의 공연에 앞서 흥겨운 시간을 선사했다.

어느덧 두 시가 가까워진 시간, 일행과 함께 다시 파우스트에 입장했다. 몰 그랩을 보기 위해서인지 전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공연장을 채우고 있었다. 다미가 선사하는 포-투-더 플로어의 묵직한 테크노 킥에 몸을 맡기고 있을 무렵, 어느새 장발의 익숙한 얼굴이 무대에 등장했다. 후줄근한 티셔츠에 스케이터같은 분위기를 풍기는 몰그랩은 시작부터 강력한 테크노로 모든 사람의 정신을 빼놓았다. 최근 다양한 작업물을 선보이고 있는 몰 그랩의 셋답게 기존의 테크노 아티스트들에 비해 더욱 도발적이고 참신한 사운드가 일품이었다. 올드스쿨 레이브 사운드와 무자비한 킥이 고막을 강타했고, 캐치한 샘플들이 얼핏 지루할 수 있는 룹 위에서 빛을 발했다.

선곡도 훌륭했지만, 무엇보다도 아티스트 본인의 곡과 에디트를 상당수 선보인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스킨 온 스킨(Skin on Skin)과 협업한 앨범 ‘Strangers’의 수록곡이자, 그라임 아티스트 와일리(Wiley)의 ‘And Again’ 샘플과 중독성있는 아르페지오가 절묘하게 어우러진 ‘?’부터, ‘Growing Pains’ EP의 ‘Temperature Rising’ 과 ‘Growing Pains’까지, 몰 그랩의 공연은 본인만의 색깔로 가득했다. 이외에도 다작하는 아티스트답게 ‘Sheer Fuck Offness’, ‘Sunflower’ 등의 재치있는 미공개 곡을 선보였다. 무려 2시간동안 처음부터 끝까지 쉬지 않고 몰아치는 셋에 모두가 열정적으로 화답했고, 몰 그랩의 에너지에 흠뻑 빠졌다.

유투브(Youtube)의 한 유저가 남긴 코멘트처럼 몰 그랩은 서서히 “테크노 악마”로 변해가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활동 초기의 로파이 하우스 곡이나, ‘Pool Party Music’과 같은 펑키한 사운드의 팬들이 현재 몰그랩의 사운드를 어떻게 생각할지는 모르겠으나, 분명한 사실은 테크노 신에 색다른 곡들로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는 것이다. 아직 젊은 나이의 몰 그랩은 활동 기간에 비해 상당수의 작업물을 발표했고, 이미 여러 거물급 인사들의 서포트를 받고 있다. 연말에는 발리의 포테이토 헤드 발리(Potato Head Bali)에서 페기 구(Peggy Gou), DJ 하비(DJ Harvey)와 함께 올해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매 공연마다 무수한 미공개곡으로 플로어를 달구는 몰그랩이 내년에는 어떤 작품을 공개할지 기대해보자.

 

December 27th,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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