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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M과 놀이기구를 동시에 즐기는 환상의 세계

EDM과 놀이기구를 동시에 즐기는 환상의 세계

국내 첫 상륙한 EDC 코리아를 가다

Words: ARIEL JO

“사랑해요 코리아!”

세계적인 히트메이커 DJ 스네이크(DJ SNAKE)의 외침과 함께 서울랜드의 하늘에 환상적인 불꽃이 펼쳐졌다. 어떤 이들은 기묘한 코스튬을 입은 친구들과 함께 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있었고 어떤 이들은 자신의 휴대폰을 꺼내 피어 오르는 불꽃을 촬영하고 있었다. 그들은 자신만의 방법으로 이 순간을 즐기고 있었으며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어 나가고 있었다.

8월 마지막 날과 9월 첫 날, 과천 서울랜드에서 일렉트릭 데이지 카니발 코리아(Electric Daisy Carnival Korea)가 개최되었다. 올해 처음으로 한국에 상륙한 EDC는 22주년을 맞이한 세계적인 EDM 페스티벌로 라스베가스와 멕시코, 중국, 일본 등에서 개최되고 있다. 이국적인 카니발과 EDM 페스티벌을 한 자리에서 즐길 수 있는 EDC의 매력에 EDC 코리아는 개최 전부터 엄청난 라인업으로 많은 음악 팬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EDC 코리아는 세계적인 EDM 페스티벌의 브랜드답게 큰 규모와 퀄리티를 자랑하는 5개 스테이지, 키네틱 필드(KINETIC FIELD), 써킷 그라운드(CIRCUIT GROUND), 네온 가든(NEON GARDEN), 붐 박스 아트카(BOOMBOX ARTCAR), 와이드 어웨이크 어라운드 더 월드(WIDE AWAKE AROUND THE WORLD)를 공개했다.

토요일

여름의 마지막 같았던 EDC 코리아의 첫날 날씨는 아주 뜨거웠다. 대공원 역을 빠져 나와 서울랜드를 향하는 길에서 여타 다른 페스티벌과는 다른 광경을 볼 수 있었다. 길거리 상점에서는 아기자기한 캐릭터 풍선과 머리띠를 판매하고 있었고 솜사탕, 핫도그, 번데기 등 유원지에서나 볼 듯한 간식의 냄새가 풍겨왔다. 또한, 자신만의 개성이 담긴 페스티벌 룩을 입고 있는 젊은이들 사이에서 유모차 속의 아기들과 뛰어다니는 어린이, 그리고 그들과 함께 있는 부모님들이 눈에 띄었다. 그도 그럴 것이 EDC 코리아가 개최되는 서울랜드는 동물원과 놀이공원이 위치해 있어 가족단위 방문객들의 주말 나들이하기에 아주 알맞은 장소였던 것이다. 페스티벌 관객과 가족단위의 방문객이 한 데 어우러진 광경은 참으로 묘하면서도 나름대로의 신선한 매력이 있었다.

서울랜드까지 향하는 코끼리 열차에서 베이스 소리가 점점 더 가까워짐을 느끼며 심장도 더 빨리 뛰기 시작했다. 긴 줄을 기다려 입장밴드를 받고 게이트에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것은 귀여운 꽃으로 장식된 무지개 형상을 뛰고 있는 구조물이었다. “ALL ARE WELCOME HERE”. 모든 사람들을 환영한다는 뜻의 이 구조물처럼 서울랜드에는 아이들과 부모님들, 그리고 페스티벌 관객들이 함께하고 있었다. 서로 다른 목적으로 서울랜드에 방문했지만 그들은 이 공간을 공유하며 함께 즐기고 있었다. 이 광경을 보면서 정말로 남녀노소 불문하고 ‘모든 사람’이 환영 받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가장 먼저 반겨준 스테이지는 커다란 붐박스의 모습을 하고 있는 붐박스 아트카였다. 멋지게 만들어진 붐박스는 이를 자랑이라도 하듯이 빵빵한 사운드 시스템을 갖췄고 관객들의 흥을 돋우기 충분했다. 저 멀리 코끼리 열차에서 들었던 베이스 소리가 이 곳에서 나온 소리 같았다. 로컬 DJ 미니몬스터(MINIMONSTER)가 그만의 덥스텝 사운드로 지나가는 관객들의 발걸음을 스테이지 앞에 멈추게 하는 광경을 보며 키네틱 필드로 이동했다.

키네틱 필드로 가는 길은 아름다운 조명과 색깔로 꾸며진 데이지 레인(DAISY LANE)과 레인보우 로드(RAINBOW ROAD)가 있어 걸어 가는 동안 눈이 즐거웠다. 형형색색의 길을 따라 키네틱 필드에 도착했을 때 감탄을 멈출 수가 없었다. 입구에는 EDC를 상징하는 거대한 부엉이 게이트 구조물이 반겨주었고 그 게이트를 통과하면 EDC 라스베가스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아주 커다란 무대가 보였다. 사랑의 중심지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 이 스테이지에는 헤비 베이스 뮤지션 조이라이드(JOYRYDE)가 엄청난 드랍을 내뿜고 있었다. 멍하니 그의 무대를 바라보다 보니 어느새 그의 히트곡 ‘Hot Drum’이 흘러나왔고 가사 ‘Somebody make some noise’ 이후 사람들은 더욱 크게 열광하기 시작했다.

조이라이드의 엄청난 무대가 끝나고 티미 트럼펫(Timmy Trumpet)의 무대가 시작되었다. 그의 트럼펫 연주와 독보적인 퍼포먼스를 기대하고 있었기에 이미 준비한 맥주를 마시며 설레는 마음으로 그를 반겨주었다. 아니나다를까 티미 트럼펫은 시작부터 트럼펫으로 분위기를 끌어올렸고 다음날 EDC 코리아의 키네틱 필드 무대에 설 카슈미르(KSHMR)와 함께한 곡 ‘Toca’로 그의 1시간 15분이 시작되었다. 그의 뒤를 이어 딜런 프란시스(Dillon Francis)가 화려한 조명이 드디어 그 빛을 내기 시작하는 무대에 올랐다. 어두워진 서울랜드의 하늘에는 무지개색 조명이 뿌려졌고 이에 대응하기라도 하듯이 딜런은 모든 관객들을 춤추게 만드는 무대로 분위기를 점점 더 고조시켰다.

딜런의 무대가 끝날 즈음 큰 고민에 빠졌다. 아마 EDC 코리아를 방문한 모든 사람들이 같은 고민에 빠졌을 것이다. 키네틱 필드의 알레소(Alesso)냐 써킷 그라운드의 데드마우스(deadmau5)냐. 세계적인 히트곡 ‘Heroes’을 현장에서 듣고 싶은 마음과 데드마우스의 음악과 무대효과를 보고 싶은 마음이 충돌했다. 오랜 고민 후, 써킷 그라운드로 이동하기로 결심했다. 지나왔던 무지개색 조명 길을 감상하며 잠시 네온 가든(NEON GARDEN)에 들렀다. 네온 가든은 클럽 하우스 느낌의 네온 빛으로 꾸며진 실내 스테이지였다. 페스티벌 가이드북의 라인업을 살펴보니 오늘 이 곳은 테크노의 세상이었다. 지난 디제이맥 아시아 3호 ‘Get to Know’에 소개한 준 곽(Joon Kwak)을 포함하여 아트뱃(Artbat), 유세프(Yousef) 등의 테크노 아티스트들이 이미 이 공간에서 그들의 셋을 선 보였었다. 알란 피츠패트릭(Alan Fitzpatrick)의 딥한 테크노 무대를 뒤로 하고 써킷 그라운드로 향했다.

써킷 그라운드에 도착하니 데드마우스의 무대가 막 시작하는 순간이었다. 확실히 키네틱 필드와는 다른 분위기가 풍겨왔다. 화려한 조명을 가진 키네틱 필드의 무대와는 다르게 데드마우스의 무대는 오로지 음악에 집중하게끔 핀 조명만 주로 쓰며 관객들을 황홀하게 빠져들게 했다. 거기에 더하여 그가 가져온 배경 영상과 음악이 조화롭게 맞물려 엄청난 몰입감을 주었다. “사랑해요 김치” 그의 트레이드 마크인 쥐 헬멧을 쓴 데드마우스가 외쳤다. 그리고 그의 주옥 같은 곡 ‘Strobe’가 마지막으로 울려 펴지며 EDC 코리아의 첫째 날이 끝났다.

 

일요일

9월이 시작되고 정말 가을이 온 듯한 EDC 코리아의 마지막 날, 비교적 늦은 시간에 서울랜드에 도착했다. 시원한 바람이 선선하게 볼에 부딪히는 것을 느끼며 게이트에 들어서자 전날에 들었던 베이스 사운드가 진하게 들렸다. 가장 먼저 환영해준 붐 박스 아트카에는 전날 보다는 방문객이 없는 듯 했지만 뜨거운 열기가 느껴졌다. 마찬가지로 극강의 미모를 가진 로컬 DJ 샤넬(Shanell)이 입장객들을 환영하는 사운드를 들으며 아직 가보지 못한 나머지 스테이지를 구경하러 발걸음을 옮겼다.

아직 가보지 못했던 스테이지는 푸드 트럭 존 맞은 편에 위치한 와이드 어웨이크 어라운드 더 월드 스테이지였다. 스테이지 뒤로는 호수를 표현한 듯한 LED 조명들이 흩뿌려져 있어 마치 작은 배 위에서 디제잉을 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마침 관객들이 배가 고플 시간이라 스테이지 주변에는 많은 관객들이 모여 있었다. 그들은 음식을 기다리는 줄에서도 스테이지에서 흘러 나온 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있었다. 원형 극장처럼 생긴 스테이지의 의자에는 서울랜드에 놀러 온 가족들이 앉아 무대를 구경하고 있었고 그 주변으로는 산 홀로(San Holo)의 몽환적인 사운드를 들으러 가는 관객들이 키네틱 필드로 이동하고 있었다. 산 홀로 또한 보고 싶었던 DJ 중 한 명이었지만 아직 남은 하나의 스테이지를 보기 위해 이동했다.

앞서 이야기한 다섯 개의 스테이지 이외에도 한 개의 스테이지가 남았다. 장소는 같지만 일자 별로 다르게 불리는 스테이지의 이름은 베이스팟(BASSPOD)으로 전 날 네온 가든으로 불려졌었다.토요일은 테크노 음악이 위주였다면 일요일은 이름 그대로 베이스 음악이 위주인 스테이지로 변모했다. 큰 기대를 품고 베이스팟 입구에 도착했을 때에는 이미 사람이 가득해 들어갈 수 없는 공간처럼 보였다. 베이스팟은 실내라는 한정된 공간이기에 수용인원이 차면 줄을 서서 기다려야 했다. 마침 그 시간에 하드한 덥스텝의 스네일스(Snails)의 공연이 있었고 그를 보기 위해 관객들은 아주 긴 줄 속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을 들으며 기다리고 있었다. 그의 무대를 보고 싶었지만 늘어선 줄을 보고 한숨을 쉬며 발걸음을 돌릴 수 밖에 없었다.

EDC 코리아 관객에게는 DJ들의 공연 외에도 특별한 혜택이 주어졌다. 누구나 어린 시절로 돌아갈 수 있는 놀이 기구 10종을 무료로 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혜택을 놓칠 수 없어 잠시 쉬어가는 시간으로 가장 신나는 놀이 기구 한 가지를 타기로 했다. 그 순간 “꺄악”이라는 소리에 눈을 돌렸다. 공중에서 360도 회전하는 거대한 놀이기구가 밝은 빛을 내며 운행되고 있었고 그 소리에 홀린 듯이 놀이기구 탑 스핀(Top Spin)으로 이동했다. 약 10분간의 줄을 선 뒤 마침내 탑 스핀에 앉을 수 있었다. 출발 소리와 함께 놀이 기구는 정상을 향해 올라 갔고 서울랜드의 전경이 눈에 들어오는 순간 놀이기구가 내 몸과 함께 빠르게 하강하며 회전했다. 머리가 핑핑 도는 느낌이었지만 그것이 싫지는 않았다. 살짝 피곤했던 몸이 강한 충격으로 인해 에너지를 얻은 것 같았고 그 에너지를 느끼면서 키네틱 필드로 향했다.

EDC 코리아의 마지막 피날레를 기다리면서 EDM과 인도음악을 접목해 라이브마다 독창적인 무대를 선보이고 있는 아티스트 카슈미르의 무대를 감상했다. 그는 이전 디제이맥 아시아와의 인터뷰를 통해 “나를 가슴 설레게 만드는 댄스음악은 에너지를 최고치에 도달하게 만드는 음악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한 바 있다. 그가 말한 것처럼 그의 무대는 확실히 에너지가 넘쳤고 관객들을 점프하게 만드는 능력이 있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말 그대로 ‘미쳐 날뛰며’ 그의 음악에 반응했다. 카슈미르의 무대가 끝날 즈음 갑자기 한국 말로 된 노래가 흘러 나왔다. ‘Way Back Home’으로 유명해진 숀(SHAUN)과 로컬 프로듀서 겸 DJ 듀오인 어드밴스드(ADVANCED)가 카슈미르와 함께 콜라보레이션 한 싱글 ‘네덕 내탓’이 첫 공개 된 것이다. 한국어로 된 모르는 음악이 흘러나와 관객들은 잠시 주춤했지만 이내 다시 신나게 뛰기 시작했다.

카슈미르의 무대가 끝나고 드디어 EDC 코리아의 마지막을 장식할 DJ 스네이크가 무대에 올랐다. 대중적인 사운드로 EDM 팬들뿐만이 아니라 일반 대중들에게도 잘 알려진 그는 명성 그대로 모든 관객이 사랑하는 사운드로 무대에 불을 지폈다. 역시 “믿고 듣는 뱀형”이었다. 이 분위기의 절정은 곡 ‘Let Me Love You”의 저스틴 비버(Justin Bieber)의 목소리가 흘러 나왔을 때였다. “Don’t you give up, na na na” 키네틱 필드에 있는 모든 관객들이 따라 부르며 이 순간을 진정으로 즐겼다. 그의 마지막 곡이 나오고 화려한 불꽃을 마지막으로 장대했던 EDC 코리아는 끝이 났다.

이틀간 펼쳐졌던 EDC 코리아의 첫 발걸음은 그야말로 ‘환상적’이라고 할 수 있다. 기존 놀이공원이었던 서울랜드 구석구석을 다양한 조명과 구조물들을 활용해 아름다운 환상의 공간으로 만든 것이다. 음악만이 중심이 된 것이 아니라 볼거리와 즐길 거리 모든 것이 완벽하게 갖춰져 있었고 EDC 코리아의 슬로건 ‘All Are Welcome Here’의 의미처럼 관객들 또한 페스티벌의 진정한 구성원이 되었다. 기존의 페스티벌과 차별화를 둔 EDC 코리아가 앞으로 어떻게 발전해 나갈지에 대한 궁금함과 기대감을 마음에 품고서 2019년 가을을 시작한다.

 

September 10th,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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